서론: 복합 정치변수로서의
주택가격.
한국 정치경제에서 주택가격은 단일한 경제지표의 지위를 넘어선다. 본 보고서는 다섯 정부 구간의 가용자료를 정합시켜 주택가격-지지율 간 탄력성 구조를 재구성하고, 비선형 임계효과(threshold effect)의 작동 양상을 추정하며, 그 해석상의 유보사항을 함께 기술한다.
여기서 제시되는 수치는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려운 준(quasi)-실증 추정이다. 정치 변수 특유의 내생성(endogeneity)과 다수의 교란요인—국정농단·팬데믹·계엄 등 외생 충격—이 개별 구간에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 분석은 확률적 추정의 성격을 유지하며, 결론의 외적 타당성에 존재하는 한계를 명시적으로 환기한다.
- 연구 설계와 자료의 한계§ 01.01
- 문재인 정부 구간의 탄력성 재구성§ 01.02
- 매매와 전세의 비대칭 민감도§ 01.03
- 비선형 임계효과의 실증적 단서§ 01.04
- 지역별 차등 민감도§ 01.05
연구 설계와 자료의 한계.
본 연구는 한국갤럽의 주간 직무긍정률과 KB국민은행·한국부동산원·부동산R114의 월간 주택가격지수,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결과 자료를 정합시키는 준(quasi)-실증 접근을 취한다. 여기서 '준-실증'이라는 단서를 명시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 정치 변수에는 구조적 내생성(endogeneity)이 존재한다. 지지율 하락이 정책 변화를 유발하고, 정책 변화가 다시 가격에 반영되는 쌍방향 인과관계가 동시 작동한다.
- 관측 표본이 길지 않고(5개 정부 구간, 약 22년), 각 구간마다 교란요인이 상이하다. 조국·팬데믹·국정농단·계엄 등 외생 충격은 구간별로 이질적이다.
- 기관별 가격지수 간 괴리가 크다. 문재인 정부 구간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KB 기준 51.28%, 부동산원 기준 23.51%, 경실련 실거래 기준 약 119%로 세 배 가까이 벌어진다(감사원 2023년 9월 지적).
- 여론조사 간에도 방법론 차이에 따른 체계적 편차가 존재한다. ARS와 면접조사의 차이, 무선·유선 비율, 가중치 방식이 결과를 움직인다.
이러한 제약 하에서 본 보고서는 점추정(point estimate)이 아닌 범위 추정을 택하고, 모든 수치에 '개연성 있는 반응 구간'이라는 단서를 부가한다. 독자는 이를 결정적 예측이 아닌 조건부 사고의 출발점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① 정치적 귀인(political attribution)이 가격 변동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② 주간 여론조사가 월간 가격지수 변화를 약 4~12주 시차로 반영한다. ③ 교란변수의 기여분은 구간별로 40~50% 수준으로 통제 가능하다. 세 가정은 모두 완전하지 않으며, 가정이 약해질수록 추정값의 신뢰구간은 넓어진다.
문재인 정부 구간의 탄력성 재구성.
문재인 정부(2017.5~2022.5) 구간은 주택가격-지지율 관계를 추적하기에 가장 풍부한 자료를 제공한다. 취임 직후 직무긍정률은 84%에서 시작하여 퇴임 시 45%에 도달했고, 그 사이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기관별로 23~119%의 분포를 보였다. 본 절은 이 구간의 탄력성 구조를 재구성한다.
도출되는 준-탄력성은 다음과 같다. 단순 회귀상으로는 가격 1% 상승당 지지율 0.5~0.7%p 감소가 관찰되나, 조국 인사 논란·코로나19·LH 사태·참모진 다주택 논란 등 교란변수의 기여분을 대략적으로 통제하면 부동산 순수 기여분은 이 중 40~50%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분리 자체가 방법론적으로 엄격하지 않으며, 실제 탄력성은 관찰된 값과 추정된 값 사이에 존재할 것으로 본다.
결정적 구조 변화는 2020년 7월 31일 임대차3법 시행 이후 8주에 관찰된다. 한국갤럽 기준 직무긍정률은 47%에서 39%로 약 -8%p 하락했고, 이후 2021년 3월 LH 사태와 4월 7일 서울시장 재보궐(18.32%p차 참패)을 거치며 취임 후 최저치인 29%(2021년 4월 5주차)로 수렴했다. 매매가의 누적 압력이 전세시장으로 전이되면서 나타난 일련의 반응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나, 동일 시점에 작동한 다수의 변수를 단일 원인으로 환원하기는 어렵다.
매매와 전세의 비대칭 민감도.
가용자료에서 관찰되는 가장 뚜렷한 구조적 특성은 전세가 충격의 단기 탄력성이 매매가보다 크다는 점이다. 이는 유권자 구성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서울 임차가구 비중이 약 57%에 달하고, 보증금 증액과 월세 전환이 가계 현금흐름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전세가 상승은 매매가 상승보다 체감 지표로 전환되는 속도가 빠르다.
문재인 정부 구간 서울 전세가는 부동산R114 기준 누적 47.93% 상승했으며, 그 상승분의 약 4분의 3이 2020년 7월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약 24개월에 집중되었다. 동 기간 한국갤럽 기준 직무긍정률은 47%→29%의 하락 궤적을 그렸고, 부동산 정책 긍정평가는 6%(2021년 9월)의 역대 최저치에 도달했다.
이는 매매가 단독 상승보다 전세가 동반 상승 국면의 정치적 파급이 현저히 크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임차가구는 가격 상승의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 집단이며, 이들의 규모는 수도권 전체 유권자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반면 매매가 단독 상승 국면—예컨대 2017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에서는 지지율의 구조적 하락 압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이는 매매 시장이 자산가구에 편중된 효과를 갖는다는 구조와 일치한다.
문재인 정부 구간의 가용자료에서 관찰되는 비대칭 구조. 임차가구 비중과 현금흐름 체감이 주된 채널로 작동한다. 단, 구조적 가정에 민감한 추정이므로 신뢰구간은 넓다.
비선형 임계효과의 단서.
다섯 정부 구간을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구조적 특성은 지지율 50% 전후에 임계효과가 존재할 개연성이다. 60% 이상의 고원(plateau) 구간에서는 부동산 충격 1%p당 지지율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고 회복 탄력도 크다. 그러나 40~50% 임계구간에 진입한 이후에는 동일 충격의 한계비용이 1.5~2배로 확대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이 비선형성의 채널로 두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중도층 이탈의 비선형 구조다. 60% 이상 구간에서는 지지층 두께가 충분하여 중도층 일부 이탈이 전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50% 부근에서는 동일한 규모의 이탈이 상대적으로 큰 하락폭을 야기한다. 둘째, 언론 프레임의 자기강화 구조다. 지지율이 임계구간에 접근하면 부동산이 지지율 하락의 귀인(attribution)으로 선택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프레임 강화로 작동하여 추가 하락 압력을 만든다.
고원 구간
안정 구간
임계 구간
붕괴 구간
위 수치는 개연성 있는 반응 구간이며, 동일 가정이 다른 정부 구간에 자동 이전되지는 않는다. 특히 각 정부 구간의 지지층 결속도(partisan loyalty), 야당의 정책 포지셔닝, 외생 충격의 규모에 따라 탄력성이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역별 차등 민감도.
가격 변동의 지역적 분포는 단순 평균보다 정치적 반응과 밀접히 연관된다. 2022년 대선 서울 결과는 이를 선명하게 예시한다. 윤석열 50.56%, 이재명 45.73%로 약 31.1만 표 차이가 났는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표차 합계가 약 31.6만 표로 서울 전체 격차와 수치상 일치했다.
이 일치는 두 가지 구조가 중첩된 결과로 해석된다. 첫째, 절대가격 고지역의 보유세 부담 반응이다. 종부세 실효세율 인상이 자산가구의 체감 부담을 높이면서 재산권 보호 선호가 강화되는 경향이 관찰된다. 둘째, 상승률 고지역의 회고적 투표다. 마포·성동·동작·노원 등 문재인 정부 구간에서 KB 기준 70~80% 이상 상승한 지역에서도 회고적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해석되나, 자산증식 수혜와의 상쇄로 이탈 폭은 강남권보다 작았다.
학술적 뒷받침으로는 윤미영·전명진(2024) 한국도시행정학회보 게재논문에서 전국 3,501개 행정동 다항로짓 분석을 통해 주택가격 상승 상위 10% 지역의 스윙 오즈비(odds ratio)가 1.49로 추정된 결과가 있다. 덴마크 사례를 분석한 Larsen et al.(APSR 2019)은 집값 2표준편차 상승이 현직 득표율에 +1.7%p, 유주택자 개인투표에 +8%p의 효과를 갖는다고 보고한다. 두 연구 모두 방향성과 규모에 관한 구조적 단서를 제공하나, 제도·시장·선거제도의 차이로 수치의 직접 이전은 권장되지 않는다.